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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퀴어동네 송년회를 진행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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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7일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단식농성장에서 연대하며 반상회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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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나는 가끔 ‘이성애자’ 커밍아웃한다
▲ 김세정(소순) 퀴어동네 운영위원 최근에 가장 많이 웃은 날은 친한 친구의 생일파티였다. 파티 제목은 ‘OO이의 보석함 개봉 파티’로, 유튜브 예능 ‘홍석천의 보석함’에서 영감을 받은 듯 싶었다. 파티는 주인공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과 함께 친구가 만나온 보석 같은 친구들을 서로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 제목에 맞춰 친구의 보석들은 반짝이는 옷과 소품을 두르고 왔고, 친구가 야심 차게 준비한 각종 게임을 하며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후반부 코너 중에는 ‘보석함 성토대회’라는 것이 있었는데, 한 사람씩 제시된 여러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순서였다. 어떤 보석은 ‘일탈’을 주제로 고등학생 때 강변에 텐트를 치고 며칠 살았던 일을 이야기했고, 어떤 보석은 ‘K-딸로 받은 차별’을 주제로 아버지만 은수저를 사용하고 무조건 아버지 밥을 제일 먼저 퍼담는 집 문화를 들려줬다. 내가 고른 주제는 ‘나만의 소심한…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김세정(소순)
2026.03.12
작은 무지개 하나
▲ 이추(퀴어동네 회원) 설 명절을 앞두고 호주 시드니를 다녀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다 보니 그 무렵이 되었을 뿐이고 모두가 가고 싶어 한 여행지가 시드니였을 뿐이다. 그렇게 도착한 시드니에서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뜻밖에도 무지개였다. 호주 퀴어 축제인 마디그라 기간이었던 것이다. 최근 새롭게 생긴 취미 중 하나는 세계 곳곳의 퀴어바를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한국을 포함해서 많은 나라들의 퀴어바는 여전히 골목 깊숙이 숨어 있다. 성소수자에 친화적이지 않을수록, 폐쇄적일수록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퀴어바는 일부러 찾지 않으면 닿기 어려운 공간이다. 그런데 시드니는 달랐다. 구글 지도에 검색하는 족족 퀴어바가 나왔고, 우리가 묵은 옥스퍼드 스트리트 일대는 그 자체로 거대한 퀴어바 같았다. “너의 사랑을 응원해”라는 문구를 적은 바틀샵, 무지개가 칠해진 호텔, 무지개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성소수자 친화적인 광고들. 특별한…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이추
2026.02.26
당신은 결혼을 하셨나요
▲ 란다 공인노무사(퀴어동네 회원) “나이가 꽤 되는 거 같은데, 결혼은 하셨나요?” 어쩌다보니 요즘 나의 관심사는 결혼이다.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던 친구와 나눴던 대화 때문이기도 하고, 면접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격앙된 목소리로 걸려 왔던 상담 사례도 있다. “면접에서 자꾸 결혼했는지 물어봐요. 이거 법 위반 아니에요?” 나는 씩씩대는 여성의 목소리를 일단 가만히 들어주었다. 공인노무사에게 법적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걸려 온 전화에, 같은 여성으로서 같이 열받아서 소리 질러주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 역시 뜨끈뜨끈해지고 있었다. 면접자가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결혼 여부를 물어볼 수는 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4조의3에서는 상시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인 경우로 한정해, 구직자가 제출하는 기초심사자료에 구직자의 혼인 여부를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김자연
2026.02.12
아픈 고양이를 돌보며
*이 글에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야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같은 경험으로 아픔이 남아 있는 분들께서는 읽기를 잠시 멈추셔도 괜찮습니다. ▲ 빛별 퀴어동네 회원 보리가 아프다. 끈 놀이를 좋아하고, 집에서 제일 높은 책장에 올라가 앉아있기를 좋아하던 장난기와 애교 많은 고양이다. 보리를 처음 만난 건 2017년이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인간에게도 짧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보리에게는 인간인 내가 체감하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 사이 막내였던 보리는 맏이가 됐다. 장난기 많던 모습보다 조용하고 담담해진 모습이 더 익숙해진 지도 꽤 된 것 같다. 수술을 받고 퇴원한 보리는 많이 지쳤는지 울지도 않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밥도 물도 잘 안 먹고 습식사료만 조금 먹고 있다. 인간이 없어도 잘 지내던 친구들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인간이 곁을 지켜야만 한다. 애인은 재택근무를 신청했고, 조정할 수 없는 일정이 있는…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빛별
2026.01.29
모두의 마음에 다정함이 깃들기를
▲ 타리 퀴어동네 운영위원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던 때, 프리랜서 요가강사로 여의도에서 새벽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계엄령이 해제되고 3시간 뒤, 국회가 내려다보이는 건물로 출근했다. 보통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은 오전 8시 반, 그러니깐 직장인 평균 출근 시간이 내겐 퇴근 시간이었다. 새벽 수업을 하는 내내 여의도역 긴 레일을 혼자만 반대로 걸었다. 그 감각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았고, 계엄령이 있었던 날은 유독 이상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이곳에서 계엄령을 해제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출근을 한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여의도에는 금융권 회사가 많았고, 아마도 지금 출근하는 사람 중 많은 수가 금융업계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출근을 할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자본’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기 위해 계엄령이 선포된 날조차도 이렇게 많은…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타리
2025.12.31
이 결혼휴가를 거부하시겠습니까
▲ 여수진 공인노무사(퀴어동네 운영위원) 어떤 공공기관 인사팀에 한 직원의 결혼휴가 신청서가 올라왔다. 여느 신청서와 같이 청첩장이 첨부돼 있었다. 보통은 청첩장이 확인되면 결혼휴가가 승인되고, 이외에 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엔 쉽게 결재할 수 없었다. 직원의 배우자가 해당 직원과 같은 성별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인사담당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실제로 상담했던 사례다. 인사담당자는 결국 이 결혼휴가 신청을 거부했다. ‘민법이 인정하는 결혼’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사안의 핵심은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정확히는 결혼휴가 부여 기준을 특정 노동자에게만 달리 적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 직원은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직원과 똑같이 청첩장을 제출했고, 취업규칙에 따라 휴가를 부여해 달라고 했을 뿐이다. 이 기관은 그간 결혼의 ‘법적 성립’ 여부를 따지지 않고 결혼휴가를…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여수진
2025.12.18
대기업에서 퀴어로 살아남기
▲ 이지(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운영위원) 나는 얼마 전까지 대기업(X사)에 다녔던 30대 동성애자다. 퀴어로서, 사회비판적 의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기업문화에 완전히 녹아드는 것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대기업은 사회가 규정한 ‘정상’ 루트를 착실하게 밟아온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멸균처리된 공간이다. 그렇기에 시스젠더·이성애자 중심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과 임신·출산·육아는 자연스럽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물론 한국 사회의 많은 곳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여전히 공고하다. 그럼에도 X사에서의 많은 관계와 대화들은 자본주의적 욕망과 맞물려 부부관계, 시월드, 자녀교육, 모부성보호제도의 전략적 사용 등 결혼과 정상 가족에 더더욱 편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좋은 동반자를 만나서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 적당한 집, 적당한 차, 적당한 자녀교육 등을 구매할 중산층으로서의 여력. 이를 가능하게 하는…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이지
2025.12.04
학교에도 무지개가 있다
▲ 제이(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회원) “저기, 무지개 동지!” 얼마 전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해 많은 사람들 속에 앉아 있던 중이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며 리플렛을 한 장 건넸다. “인쇄를 많이 하지 못해 일단 무지개 동지에게 드릴 테니 주위에도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였다. 조끼에 달아놓았던 무지개 바탕에 ‘동지’라고 쓰여 있는 작은 원형 배지를 본 모양이었다. 리플렛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성소수자특별위원회 설치 지지 연명을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돌이켜보면 학교는 정말 남들과 비슷하길 요구받는 공간이었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교복을 입어야 하고, 염색도 금지됐다(이건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서는 바지 교복도 허용되지 않았고(지금도 화가 나는데 ‘여학생들은 치마를 입고 조신하게 다녀야 한다’는 것이 당시 교장 교사의 주장이다), 겨울 외투도 어두운 색만 입을 수 있었다. 남들과 다를 것이…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제이
2025.11.20
소고기는 내가 살게, 무는 네가 사
▲ 김세정(소순) 퀴어동네 운영위원 9월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평소 별다른 연락이 없던 집 건물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내가 사는 집 위층에 불이 났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우리 집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하면서 문이 부서져 오늘부터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해졌다. 하던 일을 마저 끝내고 하루 묵을 숙소를 찾은 뒤 사무실을 나섰다. 그때는 몰랐다. 9월의 마지막 날까지 꼬박 한 달을, 집이 있는데도 없는 사람처럼 지내게 될 줄은. 처음 2주는 금방 집에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고정 숙소를 구하지 않고 날마다 거처를 옮겨 다녔다. 하지만 숙박업소에서만 지낼 수는 없었다. 괜찮은 곳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염치없이 친구들의 집에 하루씩 신세를 지기로 했다. 오래된 친구의 혼자 사는 집, 가족과 사는 집, 여행으로 비어있는 집, 친구의 동거인이 쓰는 작업실 등…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김세정(소순)
2025.11.06
동성부부의 사실혼 관계 인정받기
▲ 서이 퀴어동네 운영위원 2024년 7월 대법원은 동성 부부의 국민건강보험 직장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 동성 동반자에게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판단이었다. 동성 동반자의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달 28일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 피부양자 자격 취득 건수는 지난해 6건, 올해 8월 말 기준 12건 등 모두 18건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현재 동성 배우자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10명에 불과하다. 판결 이후에도 직장피부양자 인원이 10명에 그친 것은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회사에 이를 알릴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인사팀이나 총무팀을 통해 피부양자 등록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퀴어동네의 무지개 일터
서이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