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장은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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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정 공인노무사(퀴어동네 운영위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3~4명만이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6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한국 사회가 여성·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37.6%만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성별에 따라 동의 비율이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의 ‘동의함’ 비율은 25.7%에 불과하지만, 남성은 49.4%로 두 배 가까이 차이 난 것이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우리 사회를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비교적 강자일수록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셈이다.

사회 전반에서 직장으로 좁혀 보자. 최근 퀴어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장생활 경험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수집할 기회가 있었다.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경험을 물었을 때, 많은 수가 미세 차별(Microaggression, 먼지처럼 미세하고 곳곳에 존재하는 차별)은 경험했으나 “직접적인 차별은 당한 적 없다”라고 답했다. 다들 차별 없는 평등한 직장에 다니기 때문일까. 아니다. 성소수자임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성소수자임을 이유로 공격받을 일도 없었던 것이다.

직종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이야기를 들려준 퀴어노동자 중 여럿은 지금 직장에서 커밍아웃할 수 없다고 했다. 성소수자 차별 발언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적극 나서지 못했다고 말한 이들도 꽤 있었는데, 아웃팅(성 정체성에 대해 본인 동의 없이 타인이 공개하는 행위)에 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고, 지적하더라도 바뀔 것이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떤 이는 가족이나 애인에 관해 대화할 때 동료들이 자신과는 대화하지 않는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고, 어떤 이는 파트너와 결혼하더라도 축하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퀴어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한 점으로 모인다. 직장은 안전하지 않고, 그래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조직 중 하나인 직장은 필연적으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공유한다. 애초에 사회가 안전하지 않기에, 직장도 안전하지 않다. 더해 직장에서는 위계가 작동하고, 직장과 생계가 곧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안전하지 않은 공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직장인지’를 물었을 때 동의 비율이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과 차이를 보일까? 슬프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에서 통용되는 문화는 대부분 비-퀴어 중심적이고, 비-퀴어 당사자인 다수가 내 옆에 퀴어 동료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오가는 발언이나 제도에 대해 성차별을 문제 삼는 사람도 없었기에, 우리 직장은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직장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일부는 직장을 선택할 때 특정 종교와 연관되거나, 남초 직장이라면 지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근로조건보다 안전한 환경인지 따지는 게 더 우선이라는 뜻이다. 마치 여성들이 비교적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현관에 CCTV가 있고, 저층이 아니며, 밤 길이 너무 어둡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집을 구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특정 종교나 남초 직장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지 않은 직장이 너무 많은 바람에, 안전하지 않은 직장을 피하기 위해 오로지 불확실성에 기초한 개인의 판단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잘못됐다는 말이다. 모든 직장이 안전하다면 안전한 직장을 거르기 위한 노력은 할 필요도 없다. 처음에 이야기했듯, 사회적 약자일수록 자신이 속한 곳의 안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약자에게 안전한 곳은 모두에게 안전하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퀴어노동자에게 안전한 직장은 모두에게 안전한 직장이다.

이쯤에서 퀴어노동자에게 안전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짚어보자. 혐오 발언이나 차별적 처우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만들거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철저하게 진행하거나, 법·제도로 보장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것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떤 게 제일 효과적일지, 어떤 걸 가장 먼저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방법은 몰라도 ‘여기 퀴어노동자인 내가 있음’을 인식하게 만드는 게 시작이라는 생각은 든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 사회와 내가 경험한 직장이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곳인지 고민해 본다면, 그 결과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무엇이 안전을 위협하는지 돌이켜보면 좋겠다. 언젠가 그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qqdong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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