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꽤 되는 거 같은데, 결혼은 하셨나요?”
어쩌다보니 요즘 나의 관심사는 결혼이다.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던 친구와 나눴던 대화 때문이기도 하고, 면접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격앙된 목소리로 걸려 왔던 상담 사례도 있다.
“면접에서 자꾸 결혼했는지 물어봐요. 이거 법 위반 아니에요?”
나는 씩씩대는 여성의 목소리를 일단 가만히 들어주었다. 공인노무사에게 법적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걸려 온 전화에, 같은 여성으로서 같이 열받아서 소리 질러주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 역시 뜨끈뜨끈해지고 있었다.
면접자가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결혼 여부를 물어볼 수는 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4조의3에서는 상시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인 경우로 한정해, 구직자가 제출하는 기초심사자료에 구직자의 혼인 여부를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류 심사 단계가 아닌 면접 자리에서 해당 정보를 확인한다고 해 법 위반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이다. 물론 물어볼 수 있다는 말이 물어보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지만 말이다.
직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정보를 묻는 사실 자체부터가 차별로 일어질 수 있기에 지양되고 있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 질문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결혼이 무엇이길래, 다들 묻고 또 물을까. 그 질문에 이어지는 답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렇게 결혼에 대한 탐구가 시작됐다.
내게 결혼이란 ‘상대방’의 문제였다가 ‘적성’의 문제가 된 것이었다. 어릴 때는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하고 싶어질 거야’라는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 사회통념상 정상가족을 모범적으로 이룬, 덤으로 행복하기까지 한 가정을 이룬 이들이 내 주변에 많았기 때문이다. 결혼은 사랑의 마땅한 엔딩 같았다. 자라면서 생각은 좀 바뀌었다.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듯이, 결혼 역시 나의 성향에 맞는지 열심히 따져보아야 할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점들은 많다. 당장 넷플릭스 흥행 시리즈 브리저튼은 가상 영국의 유서 깊은 귀족 8남매를 내세워 바로 그런 고민을 풀어나가는 드라마다. 그들 앞에 나타난 장벽은 성격, 신분, 경제적 능력, 페미니즘을 비롯한 정치적 사상 등 다양하다. 각 시즌의 주인공이 그 시대에 금기시된 사유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관건인데, 대다수 시청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브리저튼 가 사람이라면 장벽은 무조건 뛰어넘을테니 말이다.
드라마 주인공과 달리 대한민국의 주인공 중 일부는 아직 장벽을 뛰어넘기에 버거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장벽으로 취급되는 이유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인데, 바로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한 이야기다. 현행법상 이에 대해 명시적인 금지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성 간의 결합을 결혼으로 보는 법 해석에 따라 동성 간의 결혼은 행정상 수리처리 되지 않는다. 합법적으로 결혼한 이성 부부에 비해 동성 부부는 합법적이기 어려워 제도적 혜택이나 사회적 시선 등에서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작은 희망을 심어보지만, 아직 그 싹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어머니는 그러셨다. “내가 너처럼 살았으면 결혼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안 하는 게 속은 편했겠지? 근데 네 아빠 만난 거 후회는 안 해. 한 번쯤 해 봐, 심심하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혼은 어쩌면 장벽까지 필요 없는 간단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심심하면 해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 정도로 충분할지도. 따라서 누군가 결혼하고 싶을 때 ‘당신은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은 적어도 듣지도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 내가 얻은 작은 결론이다. 면접에서 결혼을 했는지 꼭 해야 할 질문은 아닌 것 같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그날 상담에서는 여러모로 조심스러워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어 마음이 쓰였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저 사람좋은 척 웃어넘기기엔 부당한 질문이 맞다고, 나 역시 화가 많이 났다고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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