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 중의 하나는 금메달을 딴 알제리의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의 성별이다. 16강전 상대였던 이탈리아 선수 안젤라 카리니가 46초 만에 경기를 포기하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여러 매체들이 ‘XY염색체’ ‘남성 염색체’ 등의 표현으로 칼리프를 다뤘고, 유명인사들은 칼리프를 ‘남성’으로 칭하며 출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칼리프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성확정)한 트랜스젠더 선수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나 칼리프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바 없고, 성전환(성확정)을 한 적도 없다. 출생시 지정성별 여성으로서 여성으로 살면서 여성 대회에 출전해 온 선수다.
칼리프가 XY염색체를 보유한 간성(intersex, 태어날 때부터 생식기, 성호르몬, 염색체 구조 등이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구분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국제복싱협회(IBA)가 지난해 칼리프에 세계선수권대회 실격 처분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IBA는 누가, 무슨 검사로, 무엇을 측정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오로지 우마르 크레믈레프 IBA 회장이 “칼리프는 XY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 전부다. BBC와 AP에 따르면 IBA가 실시한 검사가 염색체 검사인지, 테스토스테론 수치 검사인지 회장과 사무총장의 말이 엇갈리기도 했다.
칼리프의 XY염색체 보유 여부나 테스토스테론 수치, 그 어느 것도 분명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칼리프의 참가 자격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전제부터가 틀렸다. 다만 이런 주장은 우리에게 고민해야 할 점을 남겨 준다. 어느 여성 선수가 사실 XY염색체를 보유하거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간성으로 밝혀진다면, 다른 여성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은 불공정한가. 공정한 경쟁은 어떤 조건 위에서 가능할까.
XY염색체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여성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관련 연구가 있기는 했지만 신빙성이 문제됐다. 참고로 XY염색체를 보유했다는 칼리프도 이제껏 치른 모든 경기에서 우위를 점하지는 않았다. 2020년에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서는 8강에 그쳤을 뿐이다.
경기력에 다소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신체적 이점을 ‘타고난 재능’으로 볼 것인지, ‘참가 배제 사유’로 삼을 것인지는 판단해야 할 문제다.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일반인에 비해 손목과 발목·팔꿈치에 관절이 하나 더 있는 이중 관절을 가지고 있어 더 유연하게 관절을 움직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팔이 길고 다리가 짧은 조건도 수영에 유리하며,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젖산이 반 이하로만 쌓이는 것도 운동선수로서 엄청난 이점이다. 그러나 펠프스의 신체적 이점은 그저 축복받은 것으로 여겨졌을 뿐, 불공정한 조건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아직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간성으로 밝혀진 여성 선수와 그렇지 않은 여성 선수 사이의 신체 능력 차이는 평균적인 여성 선수들의 개인차보다 클 수도 있지만 작을 수도 있다. 그것이 겨뤄 볼 만한 차이인지 아닌지도 아직 모른다.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선수를 그저 운동장 밖으로 내쫓기만 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공정한 경쟁’은 지금까지 우리가 규제해 왔거나 규제하지 않았던 여러 조건들을 다시 살펴보고 새롭게 재구성할 때 가능할 수 있다. 종종 언급되고는 하는 ‘제3의 성’을 위한 별도의 리그는 답이 될 수 없다. 성별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서 스포츠의 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과 성평등을 어떻게 이뤄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qqdong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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