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가기 전에 당신이 할 일은

칼럼

▲ 여수진 공인노무사(퀴어동네)

달력에는 많은 기념일이 있다. 노동자로 시작해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부부까지 기념해야 하는, 이른바 ‘정상가족’의 달 5월을 지나 6월이 되면 바야흐로 ‘비정상’들의 축제가 펼쳐지는 ‘자긍심의 달’(Pride Month)이 시작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미국에서 동성애가 불법이었던 1969년 6월, 경찰이 성소수자들의 아지트였던 뉴욕의 주점 스톤월을 급습해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했다. 성소수자들은 이에 맞섰고 차별에 대한 항쟁이 이어졌다. 이를 기념해 이듬해 같은 날 미국 최초의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이제 매년 6월이 되면 전 세계 각 도시에서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와 ‘자긍심의 행진’(Pride Parade)과 축제를 펼친다.

성소수자 해방은 아직 멀었지만, 이때만큼은 많은 도시가 자긍심에 화답한다. 런던·뉴욕·토론토·방콕·도쿄…. 세계 각국의 거리에는 한 달 내내 성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이 걸리고 시장은 프라이드 행진에 나와 사람들과 인증사진을 찍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디즈니·레고·코카콜라·나이키 등 수많은 기업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마케팅 이벤트로 소비를 자극하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치앙마이 철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무지개로 옷을 바꿔 입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시는 자긍심의 달 축하 메시지는커녕 축제를 위한 광장조차 쉽게 내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최근 10여 년간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7월의 폭염 속에서 진행된 것도 그 덕분이다. 올해는 운 좋게도 6월에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개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을지로와 남대문·종로 등 서울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대대적인 퍼레이드에도 행진 대오 외에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무지개를 보기는 힘들었다. 무려 15만 명이 한날한시에 모여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고 깃발을 흔들며 행진했건만, 이 도시는 올해도 있는 힘껏 두 눈을 꾹 감고 모른척했다.

어찌하랴. 아무리 존재를 지우려 해도 ‘우리가 여기 있다’고 외치며 굴하지 않는 긍정의 힘이야말로 축제가 계속돼 온 힘이고 역사였다. ‘동성애는 죄’라며 면전에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고 그들 신의 가르침을 되돌려주고, 서로를 축복하고 부둥켜안고 춤을 추며 행진을 이어 왔다. “당신 자식이 동성애자여도 괜찮냐?” “며느리가 남자라니” 같은 오래된 혐오의 수사는 “응 내 자식 퀴어~” “여자 사위? 너무 기대됨, 남자 며느리? 오히려 좋아!” 같은 피켓 문구 속 퀴어의 해학으로 무력화된다. 이 지독하고 눈물겨운 긍정과 전복의 힘은 차별과 배제 속에서도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으며 살아갈 힘을 준다.

그러나 광장에서 돌아가 각자의 일상에서도 이러한 힘을 이어 가기 위해 꼭 있어야 할 게 있다. 바로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동료의 존재다. 한 사람의 작은 지지가 일터의 공기를 바꿀 수 있다. 책상에 무지개 손깃발 꽂아 놓기, 성소수자 관련 배지나 버튼을 가방에 달기, 혼인평등법이나 차별금지법 등에 지지 발언 하기, ‘남친’이나 ‘여친’ 같은 말은 버리고 성중립적인 표현 사용하도록 노력해 보기. 어떤가? 어렵지 않다. 성소수자에 관한 영화나 책을 보고 자신의 경험과 사고의 폭을 넓혀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노동조합원이라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나 성별 이분법적인 유니폼·시설에 대해 동료들과 토론하고, 권한이 있는 인사담당자라면 동성 결혼에도 경조휴가를 부여하고 채용공고에 ‘채용 과정에서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것을 추진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평등의 결과는 누구에게나 골고루 돌아온다. 성소수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일터는 당신이 질병이나 재산·학력·건강·이혼이나 결혼 여부, 가족 형태 등으로 어떠한 개성을 가졌든 낙인에서 더 안심할 수 있는 직장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작은 지지와 변화에 용기를 내보자. 6월이 가기 전에.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qqdong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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