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기독교인이 아니던 부모님이 그저 집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나를 유치원 대신 선교원에 보낸 이후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열심히 참석하는 기독교인으로 자랐다. 성인이 되어서는 찬양팀도 하고, 청년부 회장도 하고, 유치부 선생님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목사님이 장년부 예배에서 동성애 전환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것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충격에 휩싸여 목사님에게 항의를 했지만 그저 ‘사회의 유해함에 물든’ 사람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주 청년부 예배의 설교 주제는 ‘다양성이라는 듣기 좋은 말에 흔들리는 믿음 없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분명 나를 향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예배 내용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목사님의 설교를 고개를 끄덕이며 열중해 듣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혼자인 것만 같았다. 15년 넘게 다니며 나의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던 곳에서 서서히 멀어졌고, 결국에는 완전히 떠나왔다. 어쨌든 그곳은 나의 직장은 아니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나 자아실현을 위해 꼭 그곳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원한다면 다른 교회에 간다는 선택지도 있었으니까. 벌써 8년쯤 전의 일이다.
며칠 전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퀴어들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출교된 이동환 목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그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최근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결정을 했다는 참담한 소식을 전했다. 2년 전 감리회는 목사가 되려면 반동성애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변화는 있었다. 2년 전에는 그러한 결정에 반대를 표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쏟아지는 야유 속에서도 2명의 목사가 반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동환 목사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2년 뒤에는 2명이 목소리를 낸 것처럼, 다시 2년 뒤에는 20명이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2022년 교회재판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3월에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감리회에서 아예 나가라는 출교처분까지 받았다. 현재 법원에서는 두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법원은 출교무효확인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출교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일단은 감리교 신자 자격을 회복하고 목사로 복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헌법에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는 점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렇지만 8월 법원은 정직 처분에 대해서는 각하 판결을 했다. 정직 기간 2년이 이미 만료돼 소송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이 없다는 점 외에도, 교단의 종교적 자율권 보장을 위해 교단 내부의 일이 사법심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징계의 근거 규정인 감리교 재판법 3조8항(동성애 찬성·동조 행위 처벌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종교적 집회·결사 자유의 실현을 위해 종교단체의 운영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그렇지만 종교가 사회에서 동떨어진 것일까.
이동환 목사는 “항소할 것이고, 기어이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 했다.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도, 연대하는 사람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삶터이자 일터인 곳에서 쫓겨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결국 사랑이 이길 것이다.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 (qqdong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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